[인사이드 시민] #제8편 _ 이승훈 이사
(사)시민 제6기 임원이 새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해는 조직 재구조화를 위한 전환기라는 중차대한 시기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상기하면서 또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새롭게 함께 하시게 된 이사님들은 (사)시민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시는지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인사이드 시민'은 시민의 사람(人사이드)을 소개하는 의미와 시민 속으로(inside)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
여덟번째 인터뷰이는 이승훈 이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활동분야와 의제를 넘어서 전국 300여개 단체가 연대체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연대체입니다. 그러기에 각종 사회 현안을 가장 현장의 한 가운데에서 목격하면서 해당 이슈를 함께 발화하고, 이슈 해결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이승훈 이사님의 요즘 근황을 물어보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하였습니다. 인터뷰 당일까지도 현장에서 밤샘 농성장 지키는 일을 연일 하고 와서 피곤하셨을텐데도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연대와 협력에 대한 단상, 그리고 11년 전에 (사)시민 창립을 주도했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로서 (사)시민의 지난 11년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 기대하는 역할에 대한 바람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시는데 요즘 근황은 어떠세요?
지금 3일 내내 밤을 새고 있어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 이슈(※연대회의 성명서 참조)로 인해서 계속 관련 대책 회의와 농성장 지키는 일을 하고 있어요.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활동이기도 해요. 동두천에 시민사회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연대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예요. 사실 이게 아니어도 요즘 저의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가 '어수선하다'인 것 같아요. 시민사회 대응 전략을 짜도 명확하게 뭐가 나오기가 어렵고, 정권 퇴진의 깃발을 들기에도 마뜩잖은 면이 있고, 기존에 있던 의제들은 해결은 둘째치고 부각도 잘 안되는 것 같고, 단체들은 조직마다 운영, 재정 등에 있어서 다 어수선한 상황인 것 같고. 그러다보니 제 근황 자체도 좀 어수선한 것 같아요.
연대회의는 사회 현안에 대한 대응운동을 많이 하는데 올해는 주로 어떤 활동에 주력하고 계신가요?
작년에 일본 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반대공동행동 상황실을 연대회의가 맡다보니 정신이 좀 없었어요. 그게 올해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작년처럼 뜨겁진 않은 것 같아요. 대신 작년 말부터 점화하기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거부비상행동이 있는데요. 대통령이 이렇게 거부권을 자주 행사하는 건 사상 초유인 거죠. 이건 단순히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행위의 문제가 아니고 헌법적 질서를 흔드는 대통령의 비상식적 행위이거든요. 그 다음은 한일관계에 있어서 역사왜곡과 폄훼가 심화되고 있고, 독립기념관장이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이런 것들, 강제징용 피해보상과 관련한 보상들을 복합적으로 역사정의평화행동이라는 연대기구를 통해서 하고 있어요. 그리고 평화위기도 상당히 심각해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대응하는 활동도 있고요. 대북전단살포, 북한오염물투기 등 관련 활동도 한 축이 있고요. 이 와중에 최근에 가장 집중하는 이슈가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관련 이슈인데, 시민사회 내에서 확 증폭이 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단체들이 적극적이지 않아서이기도 해요. 이 사안은 대표적인 여성운동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 내의 세대가 변화하면서 문제의식이 좀 약화된 것이 아닌가 해요.
여러 의제들이 다 따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걸 연대회의가 다 다룬다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이승훈 이사님은 연대회의에서 활동하신지 올해 딱 10년이 넘은 걸로 아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이고, 보람된 순간들도 있었을텐데 어떤게 제일 기억에 남나요?
연대회의에서 활동하기 이전인 90년대부터 단체운동, 학생운동을 꽤 해왔던 것 같은데, 전체 운동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된 것은 역시나 대통령 퇴진운동이었죠. 너무 운동권적인 말투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변혁운동 역사 안에서 그렇게 해 본 적이 없거든요. 당시 상황실 팀장을 했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힘들었던 순간은 음..이제는 힘든지도 모르겠어요, 상태가 쭉 이렇게 오다보니까. 굳은살도 처음이 어색하지 굳은살도 계속 박혀있으면 그냥 살 같잖아요. 매일매일이 똑같은 느낌이예요. 만약에 하루에 다른 주제의 회의를 7~8개를 하면 계속 모드 전환을 해야하거든요. 이런 패턴의 운동을 안 하다가 하게 되면 모드 전환을 해야해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일상이 되니까 오히려 공감능력은 약해지는데 전략은 자라나고.. 약간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생기게 되요. 어떤 사안이 생기면 누구누구를 연결해야하고, 이걸 대응하는 단위는 어디여야 하며, 이런 식으로 머리에 도식적으로 생겨버리니까 운동이 아니라 약간 관성처럼 활동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연대는 완결적 개념이 아닌 상태적 개념이므로 일상에서의 연대가 이어져야 연대에 대한 상상력도 확장될 수 있어요."
연대의 방식도 과거와 다르게 변화하고 있고, 연대가 많이 약해졌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런 가운데에 연대회의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고 왔고, 지금의 연대회의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연대회의 역할 자체가 '연대'이죠. 과거 연대회의의 역할과 지금의 역할은 많이 다르긴 해요. 예전에는 현안 대응과 관련한 것의 중심에 연대회의가 있지는 않았어요. 과거에는 애드보커시 단체들 중심으로 각자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딱 연대해야만 하는 일들에만 연대를 했었던 거예요. 시민사회활성화에 누가 관심이 있겠어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시민사회가 분화, 전문화되면서 단체들 간의 칸막이가 계속 높아지고 두터워지는 과정에서 과거에는 단체마다 그런 걸 깰 수 있는 재주있는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이 사람들이 조직을 떠나면서 전체 판을 짜고, 연대의 틀을 구성하는 방식이 예전에 비하면 어려워진 거죠. 그 역할을 연대회의에 부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2016~2017년 대통령 탄핵 전후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애드보커시를 하는 과정에서 예전과 다르게 단체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그런 내용들도 있어요. 요즘 단체들이 그런 거 하려고 하겠어요? 안 하려고 하죠. 그럼 또 연대회의가 해야하는 거예요. 그래서 현안대응 이슈들이 예전보다 늘어날 수 밖에 없어요. 누군가는 저 때문에 연대회의가 이런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그런 역할을 연대회의가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해 본 놈이 좀 났다고 제가 이런 활동을 하는 재능이 좀 있었나봐요. 과거부터 이런 활동들을 많이 해보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연대회의의 과거 역할이 사라진 건 아니거든요. 시민사회활성화 의제나 활동가 간 네트워크 의제 등에 대해서도 이런건 연대회의가 좀 해야한다는 말을 여전히 많이 듣고 있어요.
이승훈 이사님이 생각하는 연대란 무엇인가요?
지금의 연대는 단순한 업무 협조 이상의 어떤 활동을 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아요. 연대는 어떤 완결적 개념이 아니라 상태적 개념이거든요. 일상의 연대가 결국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우리는 긴장상태에 늘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적 연대가 존재해야 연대를 할 때 어떤 상상력이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의 패턴은 연대의 확장성이 많이 없어요. 어떤 사안이 생길 때, 관련된 단체들의 리스트들이 나오고, 어디에 누가 있고, 이 의제와 연결된 단위가 누구이며, 이런 것들에 대한 연대의 큰 틀과 함께하는 구성원들이라는 인식이 존재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업무 협조 수준의 연대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어떤 판이 벌어졌을 때 판을 그리려고 저를 불러요. 저를 연대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떤 상태적 개념의 연대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관계가 있어요. 저하고는 그래요. 그런데 저하고만 그런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각각의 단위들이 서로 그렇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런 라포가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게 연대회의가 갖고 있는 강점일 수도 있고, 역할일 수도 있는 건 아닐까요?
오히려 그게 일정 정도 연대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도 생각해요. 위기의식이 좀 있어요. 그렇다고 손 놓고 안 할 수도 없죠. 이제는 단체 활동가들이 스스로 연대의 틀을 짜고, 조직하는 역량이 약해요. 그냥 연대회의에 연락하는 거죠. 지금은 문제의식만 있는 상태이고, 그런걸 어떻게 상쇄시키기 위하여 활동가 교육을 통한 네트워크이든 활동가 대회이든 서로 교류하고 해야 하는데, 문화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굳이 내가 왜? 이런 인식도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운동, 지역운동, 학생운동 그리고 지금의 연대운동을 이어오기까지의 궤적들"
연대회의 활동 이전에도 다양한 활동을 해 오셨는데, 어떤 활동을 해 오셨고, 연대회의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요즘은 청소년운동이라고 부르는데 고등학생때 운동을 처음 시작했어요. 학교가는 만원버스가 없어졌던 사건이 있었어요. 버스 유리가 깨지고 애들이 다치고 했는데, 피도 나오는데 학생들이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들고 막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각하면 학교에서 맞으니까. 그걸 보면서 쟤들이 미친건가 세상이 미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어요. 그 때 두발자율화 운동부터 해서 선거연령18세 운동 등을 주장했어요. 그 다음에 그 당시에는 교복업체와 학교 간의 커미션 문제가 심각했는데, 그 사안에 대해서 고발도 했어요. 이런 배경 들 속에서 살다보니까 대학교에 가서 이런저런 운동에 스며들게 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경로였어요. 그러면서 1996년 연세대 사태(※ 한총련이 연세대에서 주최한 범민족대회를 경찰이 강경 진압, 폭행하여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태)를 보면서 수천명이 연행되고 구속되는 모습 속에 충격을 좀 많이 받았죠. 도대체 이게 누구를 위한 운동인가.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운동인가,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치고, 그러면 연행된 수많은 학우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도대체 운동에 있어서 책임성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당위만 남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기 기호만 남은 이런 방식의 운동을 계획하는 것이 맞냐, 이런 고민이 많았죠. 그때가 대학교 2학년 때였어요. 이후 제대하고 나서 소위 마을운동이라고 하는 것들을 5~6년 하다가, 이후 통일맞이라는 단체에서 활동을 했어요. 지역에서 지역운동만 하다보니 어느 순간 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는 안 하지? 통일은 이제 무가치한건가? 이런 고민을 하면서 막연하게 통일운동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십수년만에 통일운동에 다시 개입하면서 바라본 통일운동이 너무 노후화되었더라고요. 박근혜 정부 때 통일운동을 하기 제일 안 좋은 시기였는데, 그 시점에 누군가가 연대회의 활동을 제안해서 결합하게 되었어요. 실은 그때 운동을 접고 사업을 하려고 했었어요. 나름 사업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웠거든요. 그런데 운동을 더 해야되지 않겠냐는 제안에 바로 네!하고 들어왔죠. (하하)
연대회의=이승훈, 이렇게 등치관계로 많이 보는데요. 이런 관계에 대해 부담이신지, 아니면 오히려 과찬으로 생각하시는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걱정이죠 사실. 왜냐하면 연대회의를 개별화된 하나의 단체로 인식하고 있는 정도가 더 강해지는 거거든요. 연대회의는 상설적 연대기구이잖아요. 연대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체 중에 하나가 운영위원장을 해야 하거든요. 예전에는 각 개별단체의 책임자들이 연대의 이해관계 속에서 그러한 책임 역할을 했거든요. 대승적 차원에서도 본인에게 그런 역할이 주어지면 맡아줘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죠. 예전엥는 단체에서 몇 명씩 파견해서 연대회의 사무처를 구성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어요. 연대회의 일은 그냥 연대회의, 이승훈이 하는 것으로 되어 버렸어요. 연대운동을 함께 만들어가는 책임이 약화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제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그럼 앞으로의 연대회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나요?
다시 단체 안에서 운영위원장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민사회활성화 의제도 그렇고 단체 사무처장들이 전체 시민운동 판에서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들이 생겨야 하거든요. 어떤 의제를 갖다 놓아도 사무처장 정도가 되면 이런 판을 대응하기 위한 동력과 인력 구조를 배치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되거든요. 사무처장이 되면 우리 조직과 전체 한국 사회운동의 판에서 이런 고민들을 같이 해주어야 하거든요. 그 부분이 예전에 비해서 약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연대회의 활동 이후의 개인 삶에 대해서도 고민해본 적이 있으세요?
그런 얘기를 많이 듣긴 했지만 생각 안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운동은 어떻게든 계속 하겠죠. 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라는 직책은 나름의 권한이 상당히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욕심내고 하려면 뭔가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는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살고 있어요.
요즘 현장에서 사무처장 단위를 더 많이 만나세요? 활동가 단위를 더 많이 만나세요? 그들이 고민하는 점은 어떤건가요?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특히 작은 규모의 단체들의 사무처장들이 제일 많이 고민하는 건 '돈' 이예요. 그 다음에 단체들의 의제 확장을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싶은데 운동전략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은 것에 대한 고민이 있죠.
11년 전에 연대회의가 (사)시민, 동행을 인큐베이팅 해서 지금까지 저희 세 단체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기도 한데요. 며칠 전에는 충무로 사무실로 이사도 했고요. 세 단체의 역할 포지셔닝이 잘 안착이 되어 있다고 보시나요? 각각의 역할이 다를텐데 각자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혹은 여전히 일부 역할은 중복되어 혼선이 있어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해요.
이 내용은 말을 잘 해야할 것 같은데요. (하하) 세 단체 모두 그동안 비전과 미션 관리에 좀 철저하지 못했던 측면은 있어요. 이유는 계속 주체들이 변하고 있잖아요. 그 이전에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 계속 바뀌어 왔으니까요. 그리고 각 조직에 맞는 비전과 미션을 기반으로 활동을 해야하는데 때로는 각 이사들의 개인 욕구에 기반해서 활동하다보니 혼선과 혼란이 있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저희가 그동안 들어왔던 역할의 구분은 동행은 활동가를 지원하고, 시민은 시민사회 조직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과 제도정책을 만드는 역할, 연대회의는 현안이나 이슈 대응을 하는 역할로 구분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경계가 때로는 명확하지 않기는 하죠.
동행은 활동가 안전망 지원이라고 하는 명확한 역할이 있죠. 활동가가 안전하게 살기 위한 지원인 거죠. 동행 활동은 시민과 연대회의와는 완전히 다르죠. 시민도, 연대회의도 못하는 것을 동행이 하죠. (사)시민이 조금 애매한데요. 초창기에 서울시NPO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하기 위해 집중했던 것이 맞죠. 센터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시민도 계속 내용을 만들어가면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이걸 채워가는 과정에서 미션이 계속 바뀌어 온 것 같아요. 초기 (사)시민은 민주시민교육에 사활을 걸었거든요. 그런데 멤버가 바뀌면서 이 활동은 안 하게 되었죠. 시민사회 활성화 관련 제도정책 활동은 초기에는 별로 안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과제가 중요한 과제로 바뀌었죠. 활동가 교육과 관련한 부분도 초창기에는 있다가 지금은 없거든요. 그런데 (사)시민은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저런 시도를 계속 해보는 것이 필요했거든요. 그중에서 지금 (사)시민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 법제도 정책 분야로 정리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이 활동이 (사)시민 혼자 달린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어서 여전히 고민은 많이 되요. 연대회의는 2001년 당초 만들어졌을 때의 미션비전을 추정해보면 연대회의는 현안대응의 상설적 연대기구예요. 그 과정에서 (사)시민과 동행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드보커시 이외의 사업들을 (사)시민과 동행이 책임을 져주는 구조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적도 있었어요. 일상 안에서 네트워킹이나 접점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지원대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이죠.
세 단체가 함께 지난 11년 동안 공동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함께 좀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세 단체 모두 각자 개별 단체는 하나도 없어요. 이 안에 시민사회 연대를 대표하는 조직들이 다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기획할 때, 세 단체가 서로 어떻게 역할을 나눌 수 있을지 매 사업마다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세 단체가 일주일에 한번 주기적으로 만나서 각 사업을 공유한다든가 하는 등의 일정한 룸을 의도적으로 만드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시민을 오랫동안 지켜보기도 했고, 작년에는 운영위원으로도 참여하시기도 했는데요. (사)시민에서 관심있는 활동이라든가 하시고 싶은 역할이 있으시다면요?
연대회의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 네트워크이잖아요. 그게 힘이 되게 큰 거죠. 단순히 조직의 네트워크를 넘어서 활동가의 네트워크, 전문성의 네트워크이거든요. 앞으로 (사)시민이 사업을 기획하거나 고려할 때, 그런 부분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혼자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를테면, '아무나 토론회' 같은 컨셉으로 저연차 활동가들의 논리력이나 스피치 역량을 키우기 위한 토론회를 매달 해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활동가 교육 등 좀 더 특화된 형태의 역량강화 사업을 모색해보아도 좋을 것 같고요. 예전에는 역량강화를 위해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을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추진체가 있었지만 지금은 NPO지원센터도 없어졌잖아요.
올해 (사)시민이 새롭게 비전체계도를 만들면서 수립한 중기 핵심목표 기억하시죠? (하하) 이 중에서 특히 관심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활동가 성장지원이죠. 시민운동이 길을 잃었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지금 리더십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우리 운동 역사 안에서 찾기 어려울 때, 스웨덴 알메달렌 사례이든 일본 시민운동 사례이든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연수프로그램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동행이 돈을 만들고, 시민에서 기획하고, 연대회의 운영위원들이 같이 연수를 떠나는 형태로. 이걸 중심으로 펀딩을 한번 받아보고 싶어요.
"지원조직으로서 새로운 조직운영 매커니즘을 가지고 시그니처 사업을 잘 만들어가면 좋겠어요."
지난 11년 동안의 (사)시민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요?
NPO지원센터 설립과 운영이죠. 시민사회에 큰 획을 그은 거죠. 중간지원조직 10년 시즌1을 어떻게 평가하고, 시즌2를 어떻게 기획할 것인지에 대한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라고 생각해요. 중간지원조직 1기는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거든요. 관실민영의 폐해는 다들 알고 있잖아요. 우리가 그 한계 안에서 이걸 뛰어넘을 수 있는 시기를 중간지원조직과 함께 살아왔으나 사실 그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실패한 거죠. 지자체장 바뀌면서 판판이 다 깨진 영향도 크고요. 시즌2의 모델을 어떻게 만들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보면 (사)시민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한다고 했을 때, 중간지원조직의 복원도 굉장히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이잖아요. 그런데 또 관설민영으로 갈 거냐? 관설민영으로 가되 어떤 장치를 통해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들을 지금 해야할 것 같아요.
(사)시민이 여러 기로에 서 있었지만 (사)시민이 여전히 지원조직으로서 시민사회에서의 역할이 유효하다고 보나요? 그리고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지원조직으로서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지원조직으로 규정할 때는 조직운영 메커니즘이 달라야 하긴 해요. 조직의 성격규정을 명확하게 하고, 그에 맞는 사무처 메커니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국 재원의 문제이기도 해요. 조직 안에서 누가 이 부분을 책임질지 그동안 명확하게 안 보였던 것도 있죠. 그렇지만 연대회의 활동을 하면서도 이런 사업을 (사)시민이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가령 시민사회 활성화 운동이 꼭 법제도정책 운동이 아니더라도 운동정책과 관련한 부분과 연결지어 고민을 함께 해 볼 수도 있거든요. 연대회의에서 이런 공론장을 펼치는 것과 (사)시민에서 이런 공론장을 펼치는 것은 분위기가 또 다를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 '강한시민사회포럼'을 센터와 시민이 오랫동안 한 적이 있었는데요. 토론회로 끝나버린게 아쉬었어요. 이런 자리가 이어지면 좋겠어요. 지금의 시민사회의 화두는 위기인것 같아요. 그렇다면 '위기'시리즈로 우리가 토론회를 계속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나가 되더라도 시그니처 사업을 (사)시민이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연대회의가 (사)시민을 인큐베이팅했다는 원초적 책임감이 들기도 해요. 그런 책임감을 갖고 저도 (사)시민 이사로 참여하고 있어요.
사단법인 시민은 2013년 2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들이 함께 'NGO를 지원하는 전문지원조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분야와 영역을 넘어서서 이러한 공동의 문제의식과 목표와 뜻이 모여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승훈 이사님이 인터뷰 말미에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서 더욱 (사)시민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는 말씀 속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서의 무게가 더욱 느껴졌습니다. 각 조직의 성격은 다르지만 공동의 목표와 지향 가치 속에서 연대를 통한 새로운 상상력이 확장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유리&김승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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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시민] #제8편 _ 이승훈 이사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시는데 요즘 근황은 어떠세요?
지금 3일 내내 밤을 새고 있어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 이슈(※연대회의 성명서 참조)로 인해서 계속 관련 대책 회의와 농성장 지키는 일을 하고 있어요.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활동이기도 해요. 동두천에 시민사회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연대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예요. 사실 이게 아니어도 요즘 저의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가 '어수선하다'인 것 같아요. 시민사회 대응 전략을 짜도 명확하게 뭐가 나오기가 어렵고, 정권 퇴진의 깃발을 들기에도 마뜩잖은 면이 있고, 기존에 있던 의제들은 해결은 둘째치고 부각도 잘 안되는 것 같고, 단체들은 조직마다 운영, 재정 등에 있어서 다 어수선한 상황인 것 같고. 그러다보니 제 근황 자체도 좀 어수선한 것 같아요.
연대회의는 사회 현안에 대한 대응운동을 많이 하는데 올해는 주로 어떤 활동에 주력하고 계신가요?
작년에 일본 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반대공동행동 상황실을 연대회의가 맡다보니 정신이 좀 없었어요. 그게 올해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작년처럼 뜨겁진 않은 것 같아요. 대신 작년 말부터 점화하기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거부비상행동이 있는데요. 대통령이 이렇게 거부권을 자주 행사하는 건 사상 초유인 거죠. 이건 단순히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행위의 문제가 아니고 헌법적 질서를 흔드는 대통령의 비상식적 행위이거든요. 그 다음은 한일관계에 있어서 역사왜곡과 폄훼가 심화되고 있고, 독립기념관장이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이런 것들, 강제징용 피해보상과 관련한 보상들을 복합적으로 역사정의평화행동이라는 연대기구를 통해서 하고 있어요. 그리고 평화위기도 상당히 심각해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대응하는 활동도 있고요. 대북전단살포, 북한오염물투기 등 관련 활동도 한 축이 있고요. 이 와중에 최근에 가장 집중하는 이슈가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관련 이슈인데, 시민사회 내에서 확 증폭이 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단체들이 적극적이지 않아서이기도 해요. 이 사안은 대표적인 여성운동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 내의 세대가 변화하면서 문제의식이 좀 약화된 것이 아닌가 해요.
여러 의제들이 다 따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걸 연대회의가 다 다룬다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이승훈 이사님은 연대회의에서 활동하신지 올해 딱 10년이 넘은 걸로 아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이고, 보람된 순간들도 있었을텐데 어떤게 제일 기억에 남나요?
연대회의에서 활동하기 이전인 90년대부터 단체운동, 학생운동을 꽤 해왔던 것 같은데, 전체 운동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된 것은 역시나 대통령 퇴진운동이었죠. 너무 운동권적인 말투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변혁운동 역사 안에서 그렇게 해 본 적이 없거든요. 당시 상황실 팀장을 했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힘들었던 순간은 음..이제는 힘든지도 모르겠어요, 상태가 쭉 이렇게 오다보니까. 굳은살도 처음이 어색하지 굳은살도 계속 박혀있으면 그냥 살 같잖아요. 매일매일이 똑같은 느낌이예요. 만약에 하루에 다른 주제의 회의를 7~8개를 하면 계속 모드 전환을 해야하거든요. 이런 패턴의 운동을 안 하다가 하게 되면 모드 전환을 해야해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일상이 되니까 오히려 공감능력은 약해지는데 전략은 자라나고.. 약간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생기게 되요. 어떤 사안이 생기면 누구누구를 연결해야하고, 이걸 대응하는 단위는 어디여야 하며, 이런 식으로 머리에 도식적으로 생겨버리니까 운동이 아니라 약간 관성처럼 활동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연대는 완결적 개념이 아닌 상태적 개념이므로 일상에서의 연대가 이어져야 연대에 대한 상상력도 확장될 수 있어요."
연대의 방식도 과거와 다르게 변화하고 있고, 연대가 많이 약해졌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런 가운데에 연대회의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고 왔고, 지금의 연대회의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연대회의 역할 자체가 '연대'이죠. 과거 연대회의의 역할과 지금의 역할은 많이 다르긴 해요. 예전에는 현안 대응과 관련한 것의 중심에 연대회의가 있지는 않았어요. 과거에는 애드보커시 단체들 중심으로 각자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딱 연대해야만 하는 일들에만 연대를 했었던 거예요. 시민사회활성화에 누가 관심이 있겠어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시민사회가 분화, 전문화되면서 단체들 간의 칸막이가 계속 높아지고 두터워지는 과정에서 과거에는 단체마다 그런 걸 깰 수 있는 재주있는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이 사람들이 조직을 떠나면서 전체 판을 짜고, 연대의 틀을 구성하는 방식이 예전에 비하면 어려워진 거죠. 그 역할을 연대회의에 부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2016~2017년 대통령 탄핵 전후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애드보커시를 하는 과정에서 예전과 다르게 단체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그런 내용들도 있어요. 요즘 단체들이 그런 거 하려고 하겠어요? 안 하려고 하죠. 그럼 또 연대회의가 해야하는 거예요. 그래서 현안대응 이슈들이 예전보다 늘어날 수 밖에 없어요. 누군가는 저 때문에 연대회의가 이런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그런 역할을 연대회의가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해 본 놈이 좀 났다고 제가 이런 활동을 하는 재능이 좀 있었나봐요. 과거부터 이런 활동들을 많이 해보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연대회의의 과거 역할이 사라진 건 아니거든요. 시민사회활성화 의제나 활동가 간 네트워크 의제 등에 대해서도 이런건 연대회의가 좀 해야한다는 말을 여전히 많이 듣고 있어요.
이승훈 이사님이 생각하는 연대란 무엇인가요?
지금의 연대는 단순한 업무 협조 이상의 어떤 활동을 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아요. 연대는 어떤 완결적 개념이 아니라 상태적 개념이거든요. 일상의 연대가 결국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우리는 긴장상태에 늘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적 연대가 존재해야 연대를 할 때 어떤 상상력이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의 패턴은 연대의 확장성이 많이 없어요. 어떤 사안이 생길 때, 관련된 단체들의 리스트들이 나오고, 어디에 누가 있고, 이 의제와 연결된 단위가 누구이며, 이런 것들에 대한 연대의 큰 틀과 함께하는 구성원들이라는 인식이 존재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업무 협조 수준의 연대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어떤 판이 벌어졌을 때 판을 그리려고 저를 불러요. 저를 연대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떤 상태적 개념의 연대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관계가 있어요. 저하고는 그래요. 그런데 저하고만 그런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각각의 단위들이 서로 그렇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런 라포가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게 연대회의가 갖고 있는 강점일 수도 있고, 역할일 수도 있는 건 아닐까요?
오히려 그게 일정 정도 연대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고도 생각해요. 위기의식이 좀 있어요. 그렇다고 손 놓고 안 할 수도 없죠. 이제는 단체 활동가들이 스스로 연대의 틀을 짜고, 조직하는 역량이 약해요. 그냥 연대회의에 연락하는 거죠. 지금은 문제의식만 있는 상태이고, 그런걸 어떻게 상쇄시키기 위하여 활동가 교육을 통한 네트워크이든 활동가 대회이든 서로 교류하고 해야 하는데, 문화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굳이 내가 왜? 이런 인식도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운동, 지역운동, 학생운동 그리고 지금의 연대운동을 이어오기까지의 궤적들"
연대회의 활동 이전에도 다양한 활동을 해 오셨는데, 어떤 활동을 해 오셨고, 연대회의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요즘은 청소년운동이라고 부르는데 고등학생때 운동을 처음 시작했어요. 학교가는 만원버스가 없어졌던 사건이 있었어요. 버스 유리가 깨지고 애들이 다치고 했는데, 피도 나오는데 학생들이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들고 막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각하면 학교에서 맞으니까. 그걸 보면서 쟤들이 미친건가 세상이 미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어요. 그 때 두발자율화 운동부터 해서 선거연령18세 운동 등을 주장했어요. 그 다음에 그 당시에는 교복업체와 학교 간의 커미션 문제가 심각했는데, 그 사안에 대해서 고발도 했어요. 이런 배경 들 속에서 살다보니까 대학교에 가서 이런저런 운동에 스며들게 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경로였어요. 그러면서 1996년 연세대 사태(※ 한총련이 연세대에서 주최한 범민족대회를 경찰이 강경 진압, 폭행하여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태)를 보면서 수천명이 연행되고 구속되는 모습 속에 충격을 좀 많이 받았죠. 도대체 이게 누구를 위한 운동인가.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운동인가,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치고, 그러면 연행된 수많은 학우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도대체 운동에 있어서 책임성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당위만 남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기 기호만 남은 이런 방식의 운동을 계획하는 것이 맞냐, 이런 고민이 많았죠. 그때가 대학교 2학년 때였어요. 이후 제대하고 나서 소위 마을운동이라고 하는 것들을 5~6년 하다가, 이후 통일맞이라는 단체에서 활동을 했어요. 지역에서 지역운동만 하다보니 어느 순간 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는 안 하지? 통일은 이제 무가치한건가? 이런 고민을 하면서 막연하게 통일운동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십수년만에 통일운동에 다시 개입하면서 바라본 통일운동이 너무 노후화되었더라고요. 박근혜 정부 때 통일운동을 하기 제일 안 좋은 시기였는데, 그 시점에 누군가가 연대회의 활동을 제안해서 결합하게 되었어요. 실은 그때 운동을 접고 사업을 하려고 했었어요. 나름 사업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웠거든요. 그런데 운동을 더 해야되지 않겠냐는 제안에 바로 네!하고 들어왔죠. (하하)
연대회의=이승훈, 이렇게 등치관계로 많이 보는데요. 이런 관계에 대해 부담이신지, 아니면 오히려 과찬으로 생각하시는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걱정이죠 사실. 왜냐하면 연대회의를 개별화된 하나의 단체로 인식하고 있는 정도가 더 강해지는 거거든요. 연대회의는 상설적 연대기구이잖아요. 연대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체 중에 하나가 운영위원장을 해야 하거든요. 예전에는 각 개별단체의 책임자들이 연대의 이해관계 속에서 그러한 책임 역할을 했거든요. 대승적 차원에서도 본인에게 그런 역할이 주어지면 맡아줘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죠. 예전엥는 단체에서 몇 명씩 파견해서 연대회의 사무처를 구성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어요. 연대회의 일은 그냥 연대회의, 이승훈이 하는 것으로 되어 버렸어요. 연대운동을 함께 만들어가는 책임이 약화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제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그럼 앞으로의 연대회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나요?
다시 단체 안에서 운영위원장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민사회활성화 의제도 그렇고 단체 사무처장들이 전체 시민운동 판에서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들이 생겨야 하거든요. 어떤 의제를 갖다 놓아도 사무처장 정도가 되면 이런 판을 대응하기 위한 동력과 인력 구조를 배치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되거든요. 사무처장이 되면 우리 조직과 전체 한국 사회운동의 판에서 이런 고민들을 같이 해주어야 하거든요. 그 부분이 예전에 비해서 약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연대회의 활동 이후의 개인 삶에 대해서도 고민해본 적이 있으세요?
그런 얘기를 많이 듣긴 했지만 생각 안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운동은 어떻게든 계속 하겠죠. 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라는 직책은 나름의 권한이 상당히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욕심내고 하려면 뭔가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는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살고 있어요.
요즘 현장에서 사무처장 단위를 더 많이 만나세요? 활동가 단위를 더 많이 만나세요? 그들이 고민하는 점은 어떤건가요?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특히 작은 규모의 단체들의 사무처장들이 제일 많이 고민하는 건 '돈' 이예요. 그 다음에 단체들의 의제 확장을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싶은데 운동전략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은 것에 대한 고민이 있죠.
11년 전에 연대회의가 (사)시민, 동행을 인큐베이팅 해서 지금까지 저희 세 단체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기도 한데요. 며칠 전에는 충무로 사무실로 이사도 했고요. 세 단체의 역할 포지셔닝이 잘 안착이 되어 있다고 보시나요? 각각의 역할이 다를텐데 각자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혹은 여전히 일부 역할은 중복되어 혼선이 있어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해요.
이 내용은 말을 잘 해야할 것 같은데요. (하하) 세 단체 모두 그동안 비전과 미션 관리에 좀 철저하지 못했던 측면은 있어요. 이유는 계속 주체들이 변하고 있잖아요. 그 이전에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 계속 바뀌어 왔으니까요. 그리고 각 조직에 맞는 비전과 미션을 기반으로 활동을 해야하는데 때로는 각 이사들의 개인 욕구에 기반해서 활동하다보니 혼선과 혼란이 있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저희가 그동안 들어왔던 역할의 구분은 동행은 활동가를 지원하고, 시민은 시민사회 조직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과 제도정책을 만드는 역할, 연대회의는 현안이나 이슈 대응을 하는 역할로 구분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경계가 때로는 명확하지 않기는 하죠.
동행은 활동가 안전망 지원이라고 하는 명확한 역할이 있죠. 활동가가 안전하게 살기 위한 지원인 거죠. 동행 활동은 시민과 연대회의와는 완전히 다르죠. 시민도, 연대회의도 못하는 것을 동행이 하죠. (사)시민이 조금 애매한데요. 초창기에 서울시NPO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하기 위해 집중했던 것이 맞죠. 센터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시민도 계속 내용을 만들어가면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이걸 채워가는 과정에서 미션이 계속 바뀌어 온 것 같아요. 초기 (사)시민은 민주시민교육에 사활을 걸었거든요. 그런데 멤버가 바뀌면서 이 활동은 안 하게 되었죠. 시민사회 활성화 관련 제도정책 활동은 초기에는 별로 안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과제가 중요한 과제로 바뀌었죠. 활동가 교육과 관련한 부분도 초창기에는 있다가 지금은 없거든요. 그런데 (사)시민은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저런 시도를 계속 해보는 것이 필요했거든요. 그중에서 지금 (사)시민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 법제도 정책 분야로 정리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이 활동이 (사)시민 혼자 달린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어서 여전히 고민은 많이 되요. 연대회의는 2001년 당초 만들어졌을 때의 미션비전을 추정해보면 연대회의는 현안대응의 상설적 연대기구예요. 그 과정에서 (사)시민과 동행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드보커시 이외의 사업들을 (사)시민과 동행이 책임을 져주는 구조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적도 있었어요. 일상 안에서 네트워킹이나 접점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지원대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이죠.
세 단체가 함께 지난 11년 동안 공동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함께 좀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세 단체 모두 각자 개별 단체는 하나도 없어요. 이 안에 시민사회 연대를 대표하는 조직들이 다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기획할 때, 세 단체가 서로 어떻게 역할을 나눌 수 있을지 매 사업마다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세 단체가 일주일에 한번 주기적으로 만나서 각 사업을 공유한다든가 하는 등의 일정한 룸을 의도적으로 만드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시민을 오랫동안 지켜보기도 했고, 작년에는 운영위원으로도 참여하시기도 했는데요. (사)시민에서 관심있는 활동이라든가 하시고 싶은 역할이 있으시다면요?
연대회의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 네트워크이잖아요. 그게 힘이 되게 큰 거죠. 단순히 조직의 네트워크를 넘어서 활동가의 네트워크, 전문성의 네트워크이거든요. 앞으로 (사)시민이 사업을 기획하거나 고려할 때, 그런 부분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혼자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를테면, '아무나 토론회' 같은 컨셉으로 저연차 활동가들의 논리력이나 스피치 역량을 키우기 위한 토론회를 매달 해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활동가 교육 등 좀 더 특화된 형태의 역량강화 사업을 모색해보아도 좋을 것 같고요. 예전에는 역량강화를 위해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을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추진체가 있었지만 지금은 NPO지원센터도 없어졌잖아요.
올해 (사)시민이 새롭게 비전체계도를 만들면서 수립한 중기 핵심목표 기억하시죠? (하하) 이 중에서 특히 관심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활동가 성장지원이죠. 시민운동이 길을 잃었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지금 리더십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우리 운동 역사 안에서 찾기 어려울 때, 스웨덴 알메달렌 사례이든 일본 시민운동 사례이든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연수프로그램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동행이 돈을 만들고, 시민에서 기획하고, 연대회의 운영위원들이 같이 연수를 떠나는 형태로. 이걸 중심으로 펀딩을 한번 받아보고 싶어요.
"지원조직으로서 새로운 조직운영 매커니즘을 가지고 시그니처 사업을 잘 만들어가면 좋겠어요."
지난 11년 동안의 (사)시민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요?
NPO지원센터 설립과 운영이죠. 시민사회에 큰 획을 그은 거죠. 중간지원조직 10년 시즌1을 어떻게 평가하고, 시즌2를 어떻게 기획할 것인지에 대한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라고 생각해요. 중간지원조직 1기는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거든요. 관실민영의 폐해는 다들 알고 있잖아요. 우리가 그 한계 안에서 이걸 뛰어넘을 수 있는 시기를 중간지원조직과 함께 살아왔으나 사실 그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실패한 거죠. 지자체장 바뀌면서 판판이 다 깨진 영향도 크고요. 시즌2의 모델을 어떻게 만들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보면 (사)시민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한다고 했을 때, 중간지원조직의 복원도 굉장히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이잖아요. 그런데 또 관설민영으로 갈 거냐? 관설민영으로 가되 어떤 장치를 통해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들을 지금 해야할 것 같아요.
(사)시민이 여러 기로에 서 있었지만 (사)시민이 여전히 지원조직으로서 시민사회에서의 역할이 유효하다고 보나요? 그리고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지원조직으로서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지원조직으로 규정할 때는 조직운영 메커니즘이 달라야 하긴 해요. 조직의 성격규정을 명확하게 하고, 그에 맞는 사무처 메커니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국 재원의 문제이기도 해요. 조직 안에서 누가 이 부분을 책임질지 그동안 명확하게 안 보였던 것도 있죠. 그렇지만 연대회의 활동을 하면서도 이런 사업을 (사)시민이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가령 시민사회 활성화 운동이 꼭 법제도정책 운동이 아니더라도 운동정책과 관련한 부분과 연결지어 고민을 함께 해 볼 수도 있거든요. 연대회의에서 이런 공론장을 펼치는 것과 (사)시민에서 이런 공론장을 펼치는 것은 분위기가 또 다를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 '강한시민사회포럼'을 센터와 시민이 오랫동안 한 적이 있었는데요. 토론회로 끝나버린게 아쉬었어요. 이런 자리가 이어지면 좋겠어요. 지금의 시민사회의 화두는 위기인것 같아요. 그렇다면 '위기'시리즈로 우리가 토론회를 계속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나가 되더라도 시그니처 사업을 (사)시민이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연대회의가 (사)시민을 인큐베이팅했다는 원초적 책임감이 들기도 해요. 그런 책임감을 갖고 저도 (사)시민 이사로 참여하고 있어요.
사단법인 시민은 2013년 2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들이 함께 'NGO를 지원하는 전문지원조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분야와 영역을 넘어서서 이러한 공동의 문제의식과 목표와 뜻이 모여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승훈 이사님이 인터뷰 말미에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서 더욱 (사)시민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는 말씀 속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서의 무게가 더욱 느껴졌습니다. 각 조직의 성격은 다르지만 공동의 목표와 지향 가치 속에서 연대를 통한 새로운 상상력이 확장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유리&김승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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