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칼럼[정책칼럼] 사라짐으로 비로소 보이는 것: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의 후퇴에 부처

2025-07-17
조회수 774

조 철 민

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
성공회대학교 시민과학연구소 연구위원

 


# 비행기 날개의 나사못을 빼는 것과 같은

“대전광역시장은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이 ... 책임임을 인식하고 이를 시책의 우선과제로 추진하여야 한다 ... 시장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축시키는 제도와 관행을 제거하고 공정하고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 대전광역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조례(2021), 제2조(시장의 책무)

2024년 대전광역시가 대전NGO지원센터 폐지를 결정한 데 이어, 2025년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대전광역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원안 가결했다(대전시NGO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사회적자본 확충 조례 폐지안도 함께 가결했다).1)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축시키는 제도와 관행을 제거”해야 하는 책무가, 오히려 구태의연한 제도와 관행에 의해 부정당한 것이다. 대전의 사례가 극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최근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사태가 이미 벌어져왔다.

우리는 흔히 눈앞의 작은 정책이 사라지면 발끈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중요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정책에는 둔감하다. 이 대목에서 “지구상의 생물 중 어느 한 종을 잃는 것은 비행기 날개의 나사못을 빼는 것과 같다”는 한 생물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 하나 사라진 게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는 “비행기 날개의 나사못”이 빠진 것과 같다. 당장은 아무 일 없어 보여도, 그 후과는 결국 지역사회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시민사회 3조례 폐지 반대 시민 토론회 청구 기자회견 (2025.7.10)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 아래로부터: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의 형성과 부침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을 목적으로 설치된 「시민사회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이 폐지됨에 따라 실효성이 없어진 조례를 폐지하려는 것임”

- 대전광역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조례폐지조례안(2025)

대전의 시민사회 활성화 조례 폐지의 이유로 제시된 논리는 ‘상위법령이 사라졌으니 조례도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의 흐름을 돌이켜보면, 그 시작은 ‘지역’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민사회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2010년대 들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사회 논의를 정책에 접목해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정책추진을 위한 중간지원조직들이 설립됐다. 이런 흐름은 중앙정부에도 영향을 미쳐 2017년 출범한 정부에서는 시민사회기본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삼고, 이미 지역에서 형성된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 기반을 북돋우기 위해 「시민사회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2021)이 제정됐다.

그러나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이어진 지방선거를 통한 정권교체 이후, 여러 지역에서 어렵게 마련한 정책 기반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전처럼 조례와 지원조직이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후퇴가 확인된다. 특히, 2021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각 지역의 시민사회 활성화 관련 예산(그마저도 충분치 않았던)이 크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대비 2024년 시·도별 시민사회 지원 예산 증감(단위: %)2)


# 다시 아래로부터: 동료 시민과 새 정부에 대한 믿음과 당부

“참여는 중독성이 있다. ... 공공의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그러한 경험이 쌓일수록 협치와 민주주의는 역진 불가능한 경로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 힐러리 웨인라이트. 이현우 역. 2014. 국가를 되찾자: 대중 민주주의의 실험실을 찾아가는 현장 탐사기. 이매진.

앞서 이야기한 대전의 사례 이전에, 유사한 상황을 먼저 겪은 지역에서 당시 정책과 지원조직이 사라지기 전까지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뭐 어쩔 수 없지”라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참여했던 활동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고, 그것이 사라진 현실에 대해 아쉬움과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정책이 사라지고 지원조직이 사라져도, 공익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 사회학자의 말처럼 “참여는 중독성”이 있다. 이들은 어젠가 다시 그 참여를 찾게 될 것이다.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이 국면적으로는 후퇴할 수 있지만, 이들의 힘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역진 불가능”하다고 나는 믿는다. 이제 동료 시민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기억은 힘이 세”니 “비행기 날개의 나사못”을 빼낸 이들을 우리가 기억하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후보 캠프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정책협약 진행 (2025.5.16) @사단법인 시민


아울러 새로이 출범한 ‘국민주권정부’에게도 당부한다. 촛불을 들었던 ‘주권자’ 가운데는 다시 참여를 찾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것을, 그리고 현 집권당이 대통령 선거 시기 시민사회와 서명한 ‘시민사회의 기반을 더욱 공공히 하고 그 공익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가칭) 시민사회기본법'의 제정과 그 집행을 위한 '(가칭) 시민사회위원회'의 설치’ 약속을 잊지 말기를.3)



1) "대전시의회, 시민사회 3대 조례 폐지 반대 속 강행". 굿모닝충청. 2025. 7. 16. https://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426021
2) 출처: 김소연·조철민·김유리·김승순. 2024.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제도정책 현황 조사. 국회시민정치포럼.
3) "더불어민주당, 시민사회와 정책협약 체결... '시민사회기본법' 입법화 추진". 오마이뉴스. 2025. 5.18.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3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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