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보기 |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을 살아온 두 활동가가 있다. 1980년대 후반, 제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학에 입학한 활동가는 전공인 중국어를 공부하는 시간보다 최루탄 연기가 밴 옷을 입고, 캠퍼스와 서울 곳곳을 뛰어다니기 바빴다(물론, 공부도 했다고 한다). 학생운동에 매진했던 그 학생 어느덧 제주로 돌아와 제주 주민의 삶의 질을 고민하고, 각종 난개발로부터 제주를 지켜내겠다는 사명감으로 참여환경연대 대표 10년 차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제주로 돌아오게 된 IMF 등에 관한 긴긴 사연은 생략한다). 그에게 가장 큰 관심은 아마도 도민 주도개발과 자치, 그리고 각종 대규모 난개발로부터 주민들의 개발대항력을 키우는 것이다. 제주를 먹잇감으로 어느새 주민들의 삶의 턱 끝까지 차오른 외지자본들과 그에 따른 난개발, 파괴되는 주민들의 삶.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해 나갈 것인가는 그의 삶의 지표와도 같은 것이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또 다른 활동가. 그는 2000년대 중반을 동대문구에서 보냈다. 제주를 떠나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싶던 활동가는 정치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별생각 없이 선택한 전공은 참으로 재미있었다. 헤게모니에 대한 개념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까지, 정치학을 배우며 권력과 민주주의를 고민했다. 그런 관심이 이어져, 서대문구의 한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에 진학해 참여 민주주의를 공부했다. 그런데, 석사학위 과정을 이어가던 중 ‘내가 이러다가는 글로만 세상을 이해할 것 같다. 내가 쓰고 있는 현실이, 진실을 말해주는가’라는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고 한다. 이후 그도 여러 가지 이유로 박사학위로 진학하지 않고, 제주로 돌아와 NGO 활동가가 되었고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에게 가장 큰 관심은 아마도 사회가 정의로운 작동원리로 돌아가는 것, 민주적 제도가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 누구에게나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열어가는 것일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각기 다른 시간대를 살아온 두 활동가는 이제 한 공간에서 같은 시간대의 제주를 살아가고 있다. 도민의 삶의 질과 주민자치, 환경보전에 대해 머리를 싸매며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그런 두 활동가에게 작년부터 던져진 가장 큰 숙제와도 같은 의제가 바로 ‘갈등’이었다. 제주섬 곳곳에서 일어나는 갈등에는 항상 ‘마을’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는데, 마을회에서의 결정은 난개발을 단호히 막아내며 갈등의 해소점이 되기도 하고, 난개발사업이나 각종 마을 사업의 추진 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여러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들을 목도하게 되었다. 개발사업과 각종 시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꼼수도 마다하지 않은 행정,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간이하수처리장에 직접 영향을 받는 주민들은 배제된 채 진행된 마을회의 결정, 누구도 그 결정에 영향을 준 회의록을 공개해 주지 않는 현실. 만약 ‘마을의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적이고, 회의록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등 마을 규약이 현시점에 맞게 개선된다면, 주민들 스스로 자치를 통해서 각종 갈등 사안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부터 이 연구는 출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규약(향약)의 민주성만 담보되면, 각종 갈등 문제는 마침내 해결될 것인가, 이러한 민주성(각종 회의의 공개와 주민 참여권 완화 등)이 담긴 마을 규약을 갖지 않은 마을회 주민들이 이러한 내용에 대해 쉽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노령화되고 있는 마을에 신규 이주민이 대거 이주하여 마을의 각종 개발사업이나 이권에 다수결로서 개입할 경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각종 개발에 대한 마을 스스로의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서 마을 규약(향약)에는 어떠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인가’. 10년 차 참여환경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의 고민은 참으로 간단치 않은 것이지만, 우리의 연구가 도달해야 할, 닻을 내려야 할 이정표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연구는 ‘갈등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과정을 거졌던 마을들의 갈등 해결 작동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그 속에서 마을 규약은 어떠한 작용을 하였는지’, ‘민주성과 개발대항력으로서의 정체성·문화가 존재하는 마을과 그렇지 않은 마을에서의 갈등 해결 작동방식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마을 규약에 어떻게(어떤 방식으로)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개발대항력 확보로서의 규약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내용이 규약에 담겨야 하는지’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찾은 해답을 현실에 도입하기 위한 실제적 고민의 여정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마을이 외부의 변화에 따른 각종 갈등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마을에서는 어떠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되었는가’를 마을규약과 마을 관습(문화, 또는 정체성)에 초점을 맞춰 비교·분석해 보고자 한다. |
활동가 역량 향상을 위한 연구지원사업 <활력향연>은 공익활동가들이 스스로의 동기에서 시작한 주제를 탐구하고 공유하는 연구 과정을 지원합니다. 이 과정에 이슈 주도성을 강화하고, 활동 분야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사단법인 시민은 활동가 역량강화를 통한 시민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 PILOT PROJECT <시민펠로우>를 시작으로, 2018년에서 2021년까지 서울시NPO지원센터 <활력향연> 37개 연구, 68인의 활동가 연구지원을 거쳐, 2022년에는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와 <활력향연 시즌2>로 서울, 평택, 청주, 부산, 제주 등 전국 23명 활동가들과 함께 10개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 활력제주향연_홍영철, 박유라
1) 동기: 왜 '마을' '갈등' '규약'인가
2) 연구의 목적과 범위
3) 연구방법
2. 선행연구 검토
1) 마을과 마을공동체
2) 사회적 자본
3) 마을공동체, 갈등, 그리고 해법
3. 마을갈등의 맥락적 이해
1) 마을소개
2) 마을별 갈등의 원인과 양상
3) 갈등 해소 작동방식
4) 마을 사례 인터뷰 비교와 평가
4. 마을규약 비교분석
1) 마을규약 표준(안) 타 시도 사례
2) 난산리, 선흘2리, 금산마을 규약 비교
5. 결론
1) 마을별 갈등의 양상과 해소방식
2) 오스트롬의 제도 설계원리에 따른 마을규약 비교 분석
3) 규약 비교: 전국 표준 규약(안)과 사례 마을별 규약
4) 연구를 마치며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을 살아온 두 활동가가 있다.
1980년대 후반, 제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학에 입학한 활동가는 전공인 중국어를 공부하는 시간보다 최루탄 연기가 밴 옷을 입고, 캠퍼스와 서울 곳곳을 뛰어다니기 바빴다(물론, 공부도 했다고 한다). 학생운동에 매진했던 그 학생 어느덧 제주로 돌아와 제주 주민의 삶의 질을 고민하고, 각종 난개발로부터 제주를 지켜내겠다는 사명감으로 참여환경연대 대표 10년 차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제주로 돌아오게 된 IMF 등에 관한 긴긴 사연은 생략한다). 그에게 가장 큰 관심은 아마도 도민 주도개발과 자치, 그리고 각종 대규모 난개발로부터 주민들의 개발대항력을 키우는 것이다. 제주를 먹잇감으로 어느새 주민들의 삶의 턱 끝까지 차오른 외지자본들과 그에 따른 난개발, 파괴되는 주민들의 삶.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해 나갈 것인가는 그의 삶의 지표와도 같은 것이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또 다른 활동가. 그는 2000년대 중반을 동대문구에서 보냈다. 제주를 떠나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싶던 활동가는 정치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별생각 없이 선택한 전공은 참으로 재미있었다. 헤게모니에 대한 개념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까지, 정치학을 배우며 권력과 민주주의를 고민했다. 그런 관심이 이어져, 서대문구의 한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에 진학해 참여 민주주의를 공부했다. 그런데, 석사학위 과정을 이어가던 중 ‘내가 이러다가는 글로만 세상을 이해할 것 같다. 내가 쓰고 있는 현실이, 진실을 말해주는가’라는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고 한다. 이후 그도 여러 가지 이유로 박사학위로 진학하지 않고, 제주로 돌아와 NGO 활동가가 되었고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에게 가장 큰 관심은 아마도 사회가 정의로운 작동원리로 돌아가는 것, 민주적 제도가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 누구에게나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열어가는 것일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각기 다른 시간대를 살아온 두 활동가는 이제 한 공간에서 같은 시간대의 제주를 살아가고 있다. 도민의 삶의 질과 주민자치, 환경보전에 대해 머리를 싸매며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그런 두 활동가에게 작년부터 던져진 가장 큰 숙제와도 같은 의제가 바로 ‘갈등’이었다. 제주섬 곳곳에서 일어나는 갈등에는 항상 ‘마을’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는데, 마을회에서의 결정은 난개발을 단호히 막아내며 갈등의 해소점이 되기도 하고, 난개발사업이나 각종 마을 사업의 추진 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여러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들을 목도하게 되었다.
개발사업과 각종 시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꼼수도 마다하지 않은 행정,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간이하수처리장에 직접 영향을 받는 주민들은 배제된 채 진행된 마을회의 결정, 누구도 그 결정에 영향을 준 회의록을 공개해 주지 않는 현실. 만약 ‘마을의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적이고, 회의록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등 마을 규약이 현시점에 맞게 개선된다면, 주민들 스스로 자치를 통해서 각종 갈등 사안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부터 이 연구는 출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규약(향약)의 민주성만 담보되면, 각종 갈등 문제는 마침내 해결될 것인가, 이러한 민주성(각종 회의의 공개와 주민 참여권 완화 등)이 담긴 마을 규약을 갖지 않은 마을회 주민들이 이러한 내용에 대해 쉽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노령화되고 있는 마을에 신규 이주민이 대거 이주하여 마을의 각종 개발사업이나 이권에 다수결로서 개입할 경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각종 개발에 대한 마을 스스로의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서 마을 규약(향약)에는 어떠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인가’. 10년 차 참여환경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의 고민은 참으로 간단치 않은 것이지만, 우리의 연구가 도달해야 할, 닻을 내려야 할 이정표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연구는 ‘갈등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과정을 거졌던 마을들의 갈등 해결 작동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그 속에서 마을 규약은 어떠한 작용을 하였는지’, ‘민주성과 개발대항력으로서의 정체성·문화가 존재하는 마을과 그렇지 않은 마을에서의 갈등 해결 작동방식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마을 규약에 어떻게(어떤 방식으로)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개발대항력 확보로서의 규약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내용이 규약에 담겨야 하는지’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찾은 해답을 현실에 도입하기 위한 실제적 고민의 여정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마을이 외부의 변화에 따른 각종 갈등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마을에서는 어떠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되었는가’를 마을규약과 마을 관습(문화, 또는 정체성)에 초점을 맞춰 비교·분석해 보고자 한다.
📚 연구보고서